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이 

As if Singing at Your Own Pace

2022.8.24 - 2022.9.27

Project 1. 전시후원작가

김겨울

Winter Gyeoul KIM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적막 속에서 갑작스레 들리는 어떤 소리를 상상해보자. 존재를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는 정적을 깨고 소리를 내는 것이다. 우리는 공기에 닿아 진동하는 소리를 볼 수 없지만, 그 형상을 상상할 수 있다. 반면, 소리 내지 않는 그림은 화면 안의 공기를 흔들어 리듬을 만들고, 그 형태를 빚어냄으로써 화면 건너편에 있을 누군가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김겨울 작가의 그림은 일상에서 익숙하지 않은 형태를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모양, 선, 색을 발견하고, 이를 새로운 시각 언어로 조합해 캔버스 위에 하나씩 차곡차곡 올린다. 이렇게 기존의 맥락에서 떼어진 조형 요소는 감각으로 전환되어 시적 운율과 정서를 만든다. 또한, 화면 위에 그려진 하나의 형태는 또 다른 형태와 반응하며 확장되고, 여러 캔버스를 동시에 오가며 그리는 방식은 작품 간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한다. 이 지점에서 작가의 상상 속 그림은 실제 그려내는 붓질의 속도와 어긋나게 되고, 작가가 생각한 이미지와 화면 위에 올라간 요소 간의 간극이 생긴다. 그의 그림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흘러가는 변화를 담으며 어떤 형상에 도달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이어가고, 작가는 고정되지 않는 의미가 발생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특히 그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감각이 다른 모습으로 옮겨갈 때, 온전하게 변환될 수 없어 생기는 공백에 관심을 둔다. 이는 우연히 알게 된 휘파람 언어 실보 고메로(Silbo Gomero)와 그림을 바라보는 방식 사이의 유사한 구조를 발견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몸짓, 표정을 함께 연결해 말의 뉘앙스를 파악하곤 한다. 반면, 휘파람 언어는 소리의 높낮이 차이만을 이용해 소통하므로,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는 빈틈을 남기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의미의 틈새가 마치 작품을 보는 이에게 생기는 불명확함과 유사하다고 느낀다. 이렇듯 그의 작업은 비언어와 언어의 고리 안에서 순환하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공백은 보는 이가 채워가야 할 몫으로 돌아간다.


이번 전시는 그림의 비가시적 움직임을 반영하는 공간이 된다. 빛으로 더욱 투명해진 작품은 공간 안에서 하나의 문장이 되어 서로 간의 연결고리를 가진다. 또한, 다른 질감과 농도로 얇게 쌓인 여러 겹의 레이어는 빛의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변주한다. 내재된 움직임과 소리를 가시화하고 전체적인 리듬감을 끌어내기 위해 세 점의 큰 작품은 각자의 틈을 지닌다. 중심축을 이루는 <Make No Apologies>(2021-2022), <I’ll Get Back to You Later>(2022), <So I Wrote a Letter>(2022)는 전시장 내부에서 순환되는 방향성을 가진 채, 다양한 크기의 그림들과 소리를 주고받아 공간 전체로 뻗어 나간다.


침묵하는 그림은 언어로 완전하게 옮겨질 수 없는 감각을 품는다. 작품을 바라볼 때 생기는 불분명함은 또 다른 감각을 형성하고 변화시키며 시간의 흐름 속에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이번 전시가 보는 이의 생각과 시선에 따라 어떤 속도로 호흡을 이어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작품 속 잔잔히 울리는 공기와 소리의 결이 각자의 빠르기대로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김재연|사루비아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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