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想

Night Thoughts


2013.10.16 - 11.17

Project 1. 전시후원작가

박여주

Yeojoo PARK

전시장 입구에 붉은 석양이 떠 있다. 이 작업은 프랑스 혁명 당시 사용되었던 사형 기구, 단두대(Guillotine)의 구조를 상하로 뒤집어 목을 넣는 부분을 위쪽으로 보내고 칼을 아랫부분에 놓았다. 원래 단두대의 구조는 두 개의 기둥이 맨 꼭대기에 연결되어있고 두 기둥 사이에 날이 비스듬한 묵직한 무쇠 칼이 끼워져 있어, 밧줄을 끊으면 칼이 떨어져 목을 자르게 된다. 참수의 기능을 상실한 이 단두대의 원형 틀은 태양으로 승화되어 빛줄기를 뿜어낸다.

자기가 보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그대가 무엇을 하건, 그것을 결코 믿지 않을 것이다.
He who Doubts from what he sees Will ne'er believe, do what you Please.

윌리엄 블레이크 William Blake의 시 <순수의 전조 Auguries of Innocence>의 한 구절이 적힌 패널은 횡으로 공간을 막음과 동시에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한 장면을 구획한다. 이를 지나면 부서진 말 조각상이 바닥에 놓여있다. 말 조각상과 그 뒤의 좌대 사이를 한 줄기의 빛이 그 사이 공간을 가로지른다. 이는 오른쪽 창으로부터 오는 빛이며 창의 그림자이다. 좌대에는 공간 초입의 패널과 이어지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가 아랫부분에 새겨져 있다. 그리고 뒤로 세 개의 아치가 있는 구조물이 버티고 서 있다.

해와 달이 의심을 품는다면 즉시 빛을 잃으리라
If the Sun & Moon should doubt, they'd immediately go out.

서울의 한남동 골목 구석에서 우연히 발견한 파손된 말 조각상이 이번 전시의 단서가 되었다. 이 조각상은 토마소 라우레티 Tommaso Laureti의 바티칸 천장 프레스코화, <기독교의 승리 The Triumph of Christianity>에 등장하는 대리석 머큐리상이 좌대에서 떨어져 산산이 부서진 채 바닥에 놓여있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작가 박여주는 여기에 여러 층위(layer)의 멜랑콜리를 입혔다. 화려한 금장식을 드리운 말 조각상은 한때 한 장소에서 권력과 위엄을 드러내며 영광의 순간을 영원히 지속시키고 싶은 욕망의 상징물이다. 조각난 채 처연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자아내는 말 조각은 인간이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순수의 전조>에서 인용한 구절들이 덧붙여지며 인간 존재와 인생에 대한 사유의 공간을 구성한다. 불신과 부조리, 이기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우울한 풍경은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음미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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